[패러디] 빛날 빈

# 그로부터 몇년이 지나. "이빈 동지. 맡길 일이 있네." 이빈은 조직에게서 한 임무를 받았다. 주어진 임무는 지방에서 만세운동을 주도하는 것이었다. 맡은 지역을 보고 이빈은 왜 이 일이 제게로 왔는지 깨달았다. 그곳은 몇년 전 떠나왔던 고향이었다. "...괜찮겠소?" "괜찮아요." 그이가 떠밀어준 길인걸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빈은 몇년 내...

# "이랑, 나는..." 그러나 한가롭게 대화를 나누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저 멀리서 우르르 몰려오는 발소리가 들렸다. 그걸 가장 먼저 알아차린 사람은 당연 반요인 이랑이었다. "누군가 온다. 헌병들인 것 같은데." 이빈과 마루에서 몸을 추스르고 있던 조직원의 얼굴이 동시에 새하얗게 질렸다. 이빈은 급히 이랑을 떠밀었다. "도망쳐요. 요괴들은 개입할 수 ...

# 그 뒤로 이랑은 나가는 날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여전히 가끔씩 훌쩍 사라졌다가 돌아오긴 하지만, 이빈과 함께 지내는 날이 더 많아졌다. 그러던 어느 날, 이빈은 조심스레 이야기를 꺼냈다. "이랑, 내가 달에 한번씩 돈 보내는 거 있잖아요..." "뭐, 독립운동인가 뭔가 하는 조직에 자금 보내는 거?" "어? 알고 있었어요?" "어어... 어쩌다보니." ...

# "자." 어느 날 또 훌쩍 사라졌다가 돌아온 이랑이 대뜸 작은 주머니를 내밀었다. 이빈은 어리둥절해 하며 주머니를 받아들었다. "...어머." 주머니에서 나온 건 금으로 세공한 은비녀였다. 자연스레 이빈의 시선이 이랑의 목으로 향했다. 쇄골 즈음에서 달랑거리고 있는 금조각을 본 이빈이 맑게 웃었다. "고마워요. 당신 거랑 비슷해서 좋네요." "어... ...

# 황당하여 말도 못하는 이랑에게 이빈은 조곤조곤 자신의 사정을 설명했다. 당연하게도 이랑은 질색팔색했다. 하지만 여우가 이미 입은 은혜를 어쩌겠는가. "망할 인간이... 은혜만 아니었으면 넌 이미 내손에 죽었어. 알간?" 살벌하기도 해라. 허나 많이 들어본 말이라 그다지 무섭진 않았다. 이빈은 으르렁대는 이랑을 두고 그 특유의 단아한 미소를 지었다. "최...

# 달이 구름에 가려 어두운 밤이었다. 이빈은 흰 상복 차림으로 별도 달도 없이 온통 흐릿한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그 모습이 꼭 제 운명같았다. 이빈은 본디 옆마을 이름난 양반가의 여식이었다. 그러나 작금의 시대는 혼란의 시대. 나라가 기울수록 가세도 기울었고 결국 이빈은 팔려가듯 옆마을 지주 집안으로 시집을 왔다. 집안에서 정하는 혼사야 어릴때부터 직감하...

포스타입에 패러디 올리는 건 처음인데... 가볍게 쓰고 있는 거라 캐붕, 설정오류 많습니다. +5/16 수정 # 이연은 인상을 찡그리며 시체로 뒤덮힌 구덩이를 바라봤다. 시취가 코를 찔렀다. 요괴는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첫째는 오래 묵은 짐승이나 물건이 신통력을 얻어 요괴가 되는 경우. 둘째는 인간들의 사념이나 한이 어떤 계기로 뭉쳐 악귀가 되는 경우....